[여유50+] 내림 음식

Real 라이프 2014. 8. 27. 18:03

 

내림 음식

몸속의 삶은 황홀한 경험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 삭티 거웨인, 의식 분야 전문가 & 환경운동가 -

 

지혜로운 맛과 색의 전통 음청류

여름철 우리 조상이 즐긴 음청류에는 삶의 지혜가 알알이 담겨 있다. 귀한 식재료로 정성 들여 만들어 색과 맛, 향이 고운 전통 음청류로 여름에 부족하기 쉬운 기운을 챙겨보자.

WRITER & FOOD 장향진(전통 식음료 전문가)
PHOTOGRAPHER 기성율, 박창수
STYLIST 김보선
COOPERATION 다미재(www.damijae.com)

10여 년 전에 어느 기업으로부터 우리나라의 전통 음청류를 재현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었다. 해봄직한 일이라는 생각에 응하기는 했지만 말이 전통이지 이미 일상에서 사라지다시피 한 것들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일은 산고에 버금갔다. 우선 고문헌을 통해서 탕(湯), 장(漿), 갈수(渴水), 숙수(熟水) 등으로 분류되는 15가지를 선정하고 작업에 돌입했다.

재료 준비에서부터 조리 과정과 최종 검증에 이르기까지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애써 만들었는데 시음을 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낯선 재료에 이름도 색감도 익숙하지 않은 음료에 대하여 부담감을 드러냈다. 나의 강권에 그들은 마지못해 굳은 표정으로 조심스레 맛을 보았는데, 얼굴이 금방 미소로 가득 찼다. “맛있네요. 몸이 건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당시의 경험은 10년 넘게 한국식 디저트 카페 ‘다미재’를 운영하는 동안에도 계속되었다. 갈수, 화면, 밀수, 수단 등의 낯선 이름이 나열된 메뉴판을 들여다보던 손님들이 어렵게 선택한 음료를 주문하며 이구동성으로 묻는 말이 “이거 맛있어요?”였던 것이다.

그 까닭은 우선 낯설기 때문이요, 맛이 없어도 건강을 위해서 복용한 한방 음료를 연상하기 때문이다. 물론 전통 음청류 중에는 현대인의 입맛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개중에 상당수는 정말 맛도 있고 건강에도 좋다. 또한 재료나 조리법에 약간의 변화를 줌으로써 요즘 젊은이들의 입맛에 부응할 수 있는 것도 많다. 하지만 각종 인공첨가물을 이용하여 색과 향과 맛과 질감을 만들어내는 가공 음료는 영양소가 거의 없고 설탕이나 액상 과당이 과다하게 함유되어 비만이나 대사성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천연 과즙 음료라고 하는 것들도 대부분 인공첨가물이나 당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빈속에 마시면 신맛을 내는 산성 물질이 위벽을 자극하여 위장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조상이 즐기던 과즙 음료는 이 같은 문제들을 완벽하게 해결해준다. 두류(豆類)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주로 녹두를 사용한다. 녹두에는 주성분인 탄수화물, 단백질과 더불어 비타민A, B1, B2와 무기질이 함유되어 있고, 과즙에는 당분을 비롯하여 각종 유기산과 비타민이 함유되어 있으니 영양의 조화가 그만이다.

또한 녹두는 위열을 내려주어 갈증을 멎게 하고, 제독 작용을 하여 여름철 배탈을 예방해준다. 게다가 녹두의 전분이 위벽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빈속에 마셔도 부담이 없으니 음료 한 잔에 담긴 조상의 지혜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뿐만 아니라 녹두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과즙에 따라 그 사용법을 달리했다. 오미자화면은 녹두 전분으로 만든 청포묵을 먹기 좋게 띄워서 오미자의 청량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했고, 갈수는 포도, 오미자, 모과
등을 끓여 농축시킨 후에, 거피한 녹두를 넣고 졸여서 ‘고(膏)’를 만들어 이를 찬물에 타서 마시도록 했다. 녹두는 과즙의 신맛을 순화시키고 향미와 질감을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왕의 회복식을 응용한 녹차찹쌀푸딩
왕이 병후 회복을 위해서 먹던 타락죽을 근간으로 만든 녹차찹쌀푸딩은 더위로 인하여 소화력이 떨어졌을 때 회복식으로 좋다.

녹차찹쌀푸딩은 왕이 병후 회복을 위해서 먹던 타락죽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타락죽은 우유와 멥쌀을 함께 끓여서 만들었는데, 찹쌀푸딩은 부드러운 질감을 위해 찹쌀을 사용했고 다양한 향미를 위하여 녹차, 단호박, 팥, 검은깨 등의 부재료를 넣었다. 더위로 인하여 소화력이 떨어졌을 때 회복식으로 좋고 이유식으로도 좋다. 더위로 인하여 소화력이 떨어질 때나 허기질 때 음료보다 찹쌀푸딩을 먼저 먹는 것이 회복식으로 좋다.

 

녹두 전분 청포묵을 띄운 오미자화면
신장을 보하고 열을 내리며 갈증을 풀어주는 오미자는 자양 강장 효과가 뛰어나 여름철 더위로 지친 몸을 보하는 데 그만이다.

신장을 보하고 열을 내리며 갈증을 풀어주는 오미자는 예로부터 전형적인 여름철 건강 음료의 재료로 이용되었다. 자양 강장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하는 데 매우 좋다. 깨끗하게 세척한 오미자에 찬물을 부어 하룻밤을 놓아두면 맑고 투명한 붉은색의 오미자물이 우러난다. 여기에 적당히 당분을 추가하는 것으로 오미자 음료가 완성된다. 조리법이 단순한 만큼 오미자의 품질이 대단히 중요하다.

 

여름철 배탈을 예방하는 포도갈수
여름철 식재료로 주로 사용하는 녹두는 포도의 신맛을 순화시키고 향미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며 제독 작용을 하여 여름철 배탈을 예방한다.

포도 역시 여름을 건강하게 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과일이다. 심혈관 질환 예방과 항암, 항산화 효능이 탁월하고 장 기능 개선과 피부 미용에도 좋다. 포도갈수는 포도를 장시간 불에 졸여서 만들기 때문에 열에 약한 비타민의 손실은 있으나 포도의 유효 성분을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녹두와 더불어 조화를 이룬 맛과 효능이 여름철 음료로 매우 이상적이다.

 

경주 최 부잣집의 지혜로 담근 사과수정과
우리 조상은 찬 음식을 만들 때 열성 식품인 생강, 계피를 넣어 건강을 생각했다.
경주 최 부잣집에서는 지역 특산물인 사과로 수정과를 담갔다.

사과수정과는 경주 최 부잣집의 내림 음식이다. 경주는 예로부터 사과 산지로 유명했다. 이 명문가에서는 끊임없이 찾아오는 내방객을 접대하기 위하여 지역 특산물인 사과를 이용하여 수정과를 담갔다. 곶감수정과에 비해서 향미가 풍부하고 깔끔하며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시간이 지나면 풀어져버리는 곶감과 달리 사과는 보관성도 좋다. 사과를 깎아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표면이 꾸덕꾸덕해질 때까지 말린다. 생강과 계피를 각각 달여 그 물을 섞은 후 황설탕을 넣어 당도를 맞춘 다음 사과를 넣고 잠깐 끓인다. 사과를 건져내서 밀폐용기에 담고 수정과물도 병에 담아서 냉장 보관한다.

먹을 때는 화채 그릇에 네댓 개의 사과와 얼음을 넣고 적당량의 수정과물을 부은 다음 꽃 모양을 낸 배와 실백잣을 띄운다.

 

피부가 고와지는 송화밀수
송화밀수는 궁중의여인들이 피부 미용을 위해 즐겨 마신 전통 음청류이다.
폐가 피부와 관련한 장기라는 점을 우리 조상은 알고 있었던 것.

송화밀수는 더위에 지친 심장과 폐를 좋게 하고 기운을 보충해준다. 특히 노화 방지와 피부 미용에 좋아서 궁중의 여인들이 즐겨 마셨다. 만들기도 손쉬워서 적당량의 송홧가루를 물에 풀어 꿀을 타는 것이 전부이다.

 

우리의 전통 음청류는 맛과 효능을 겸비한 과학적이고 지혜로운 음료이다. 커피의 다양한 이름과 맛은 알면서 전통 음청류 메뉴 앞에서는 “이거 맛있어요?”라는 질문부터 하는 현실이 부끄럽지는 않은지.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어 틀어진 몸속 균형을 되찾고 젊은이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도록 개발할 여지도 충분하다. 우리의 전통 음청류를 일상에서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여름날이었으면 한다.

음청류를 맛보려면~

장향진 전통 식음료 전문가가 서울 종로구 명륜동에서 운영하는 ‘다미재(02-744-8090~1)’에서 전통 음청류 및 떡, 한과 등을 즐길 수 있다. 잎차를 제외한 모든 음료와 떡, 한과는 포장이 가능하다. 기사에 소개된 오미자화면, 포도갈수, 송화밀수 등과 함께 배빙수, 호호수단, 솔잎즙, 매실즙도 즐길 수 있으며, 신메뉴 녹차찹쌀푸딩도 곧 메뉴판에 오를 예정. 집에 있는 전통 식재료를 응용해 입맛대로 즐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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